거기서 뭐하세요
광주를 기반으로 전시와 출간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진작가 문선희의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묻다>,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에 이어 세 번째 시리즈로 <거기서 뭐하세요>이다. 문선희 작가는 지난 2015년 발굴금지기간이 해제된 구제역, 조류 독감 매몰지 100여 곳을 살피고 기록한 <묻다>를 발표했으며, 2016년 5.18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살았던 동네와 기억을 엮어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를 발표하고, 동명의 책도 출간되었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신작으로, 작가로서는 세 번째 시리즈 작업인 <거기서 뭐하세요>를 발표하는 전시이다.
고요한 하늘의 흑백 사진, 단정한 수평선 위에 거대한 구조물들이 우뚝 세워져있다. 굴뚝과 송전탑, 교각과 광고탑 등이다. 근원적 풍경에 산업사회의 조각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은 어딘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은 어디일까? 저 구조물들은 왜 화면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작품들은 작가 문선희가 지난 3년 여간 매진해온 ‘고공농성’에 관한 작업들이다. 작가는 빌딩 숲이나 공장단지에 있는 고공농성이 장소들을 현실에서 분리해내고, 그 구조물들을 수평선 위에 세움으로서 오직 그 장소에 집중하게 만든다. 작가는 세상의 끄트머리처럼 보이는 수평선 위에 고공농성의 장소들을 세움으로써 그들의 절박함을, 우뚝 세움으로써 그들의 강인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평범한 하늘은 일상적인 사건이 된 고공농성을, 플랫한 흑백은 확성기를 대고 떠드는 것이 아니라 묵언수행을 하는 듯한 고공농성의 특징을 담아낸 것이다.
작가 문선희가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우연히 보게 된 신문인터뷰 때문이었다. 408일이라는 시간을 견디고 겨우 땅을 밟게 되었으나 바로 유치장으로 끌려가던 노동자에게 기자들은 기네스 신기록을 세운 소감을 물었고, 그 노동자는 뜻밖의 답을 남기고 끌려갔다. “408일의 기록이 하늘을 견뎌야 하는 누군가에게 어떤 기준이 될까 두렵다”
작가는 한동안 그 말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삶의 처절함이 극한에 달한 그 순간에도 또 다른 누군가를 걱정하는 한 인간의 마음이 작가를 내내 아프게 찔렀고 잠 못 들게 만들었다. 그때 고공농성에 대한 작업을 결심했다. 비록 직접적인 동기는 신문의 기사 한 줄이었지만, 작가 본인이 사회 초년생 시절에 경험한 5년간의 비정규직의 경험이 없었다면 그의 한 마디가 그렇게 가슴 깊은 곳까지 닿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고백하듯 말했다.
문선희 작가는 전시를 통해 “한 존재의 고독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우리 시대·우리 사회가 절박한 인간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기간 중에는 문선희 작가의 지난 전시 <묻다> 출품작이 수록된 동명의 에세이집 <묻다>가 출간되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와 사진전문 갤러리인 ‘갤러리 나우’(서울)가 공동주관하여 출판기념행사를 가진다. 3.6-3.12 일주일간 갤러리 나우에서 전시와 함께 책 출간기념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포럼 ‘지구와 사람’과 ‘동물권 행동 카라’에서 후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