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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사이

광주를 기반으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한국화가 백미리내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 9월 2일부터 <예술공간 집>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백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으로, <하늘과 땅 사이>라는 전시명으로 진행된다.

백미리내 작가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화 청년작가들 중 드물게 추상작업을 꾸준하게 해오고 있다. 2016년 첫 개인전에서 <땅과 땅 위의 것>이란 타이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순환-울림>, <흔적-순환> 등을 주제로 삶의 근원적 물음에 천착한 작업들을 전개해왔다. 자연만물의 순환의 중심에 있는 모래를 붓과 같은 도구로 활용해 화면 위에 그려나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추상의 형상들을 만들어내는 등 먹과 종이, 모래 등 자연 본래의 재료들을 충분히 활용한 작품들로 땅 위의 모든 존재들이 순환해가며 남기는 흔적들을 형상화해나갔다.

이번 전시에서도 기존의 추상 작품들과 더불어 새롭게 시도한 탁본작업들도 선보인다. 땅 위의 것들에 대한 물음이 더욱 근원적으로 들어가 땅이라는 형상을 그대로 옮겨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여름,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자신의 집 앞 땅을 수없이 두드렸다. 어린시절부터 수많은 발길이 지나다니던 곳,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의 시간과 공간이 수없이 겹쳐진 땅에 주목한 것이다. 30여 년 동안 작가 자신의 시간과 공간이 묵혀진 땅이다. 땅 위의 많은 것들은 쉴 새 없이 변화하고 또 변화하지만 땅은 그대로였다. 묵혀진 시간과 공간은 종이 위로 옮겨졌다. 사람들의 발길에도 쉬이 변하지 않은 울퉁불퉁한 흔적들은 그대로 종이 위에 요철을 남겼고, 희미한 색 위로 흔적들은 그대로 남겨졌다. 그래서 작품 제목도 ‘땅의 이름’이 되었다. 땅 위로 파여진 공간은 공백으로 도드라지기도 하고 종이 위 불분명한 형태로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바로 음과 양, 있음과 없음 등 서로 맞물려 대비대기도 어우러지기도 하는 전체의 풍경이 바로 땅의 풍경이었고 ‘땅의 이름’이라는 작품으로 남겨진 것이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고, 또 소멸의 마지막이기도한 땅을 바라보며 또 다른 삶의 순환과 흔적을 보게 된 것이다.

작가는 전시장 연출에도 조금 고민을 더했다. ‘하늘’시리즈 작품들을 반듯하게 나열하듯 작품을 걸어두지 않고 모서리에 띄우거나 긴 작품을 사선으로 걸어두기도 했다. 하늘이란 비정형의 모습을 작은 틀 안에 담고자 했지만 그 원래의 모습을 생각하며 자유분방하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작품을 보게 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이기도 하다.

백미리내 작가는 전시를 통해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두 자신의 생(生)과 존재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살아간다.”며, “삶의 시간과 공간의 흔적을 그대로 종이 위에 옮겨보며 그 체취를 오롯이 전달해보고 싶었다. 땅과 하늘이 바로 그런 존재가 아닐까 한다. 따뜻하고도 뜨거운 땅은 무엇이든 자라나게 하고 소멸하게 하는 존재이다. 작품을 보며 많은 이들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백미리내
2019.9.2 ~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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