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單色風景

그림으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조정태 작가의 개인전이 예술공간 집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9번째 개인전으로, <單色風景>이라는 전시명으로 개최된다. 전시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몇 가지의 단조로운 색조들이 주를 이룬 그림들이다.

작가는 지난해 주변 인물들을 그린 인물화들로 개인전을 열었고, 또 지난해 초에는 허달용, 임남진, 김희상 작가와 함께 4인전을 광주와 서울에서 열었다. 이번 개인전은 1년여 만에 다시 여는 전시이다. 숨가쁘게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 스스로 이번 전시는 ‘인생을 허비하지 않게 보내려한 시도’라고 말했다. 꾸준히 작업에 매진해온 결과는 그림들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물과 풍경 등 작가 주변의 일상이 여러 가지들로 해석되어 그려졌다. 늘 곁에 있는 절친한 동료와 오랜 세월 알고 지내온 친우까지, 예술가, 화우, 친우 등 많은 인물들은 화폭에 옮겨졌다. 화려한 색은 거둬지고, 흑백사진같은 단조로운 색채들이 화면 가득 채워졌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앞을 응시하는 김숙빈 작가의 모습, 빵 한 조각 입에 물고 무언가를 말하려는 임남진 작가, 생각에 잠긴 박홍수 작가와 박소빈 작가, 또 순간의 모습을 포착한 작가의 친우들까지 작가 주변의 인물들은 찰나의 순간 작가의 눈에 들어왔고, 마치 그들과 마주하듯 절묘하게 화폭 안으로 담겨졌다. 인물 외에도 섬, 안개산, 해무, 잡초, 섬, 부엉새, 장군의 그늘 등 이름 모를 잡초부터 안개 낀 바다, 그리고 스쳐지나가는 부엉새, 어느 골목길에선가 마주한 담벼락까지 특별할 것 없는 풍경들은 비범하게 캔버스 안으로 들어왔다. 화려하지 않은 단조로운 색채, 작가 특유의 탁월한 표현, 일상을 관조할 수 있게 된 나이 등은 풍경을 그저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아닌 시간과 공간, 역사를 품은 관조적 풍경으로 만들어냈다.

조정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조금은 특별한 일이 있었다. 바로 조선후기 ‘진경산수화전’을 관람했던 것이다. 미디어나 도판이 아닌 실제 보는 그림들에 새로운 시각이 열렸었다. 과거라기에 무색하리만치 손색없는 조형성, 화면운용, 색조 등 그림의 여러 구성요소들은 진정 그 시대 화인들의 정서를 그대로 담아냈다. 그러면서 지금의 예술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미디어를 빌어 실제와 허상을 넘어 가상의 현실이 진짜 삶을 뛰어 넘는 시대, 이런 시대에 되려 다시 눈을 돌리게 되는 동양정신을 주목했다. 작가는 “아이러니하게 가상의 세계와 동양정신 철학에는 장자의 ‘호접몽’이야기처럼 물질을 극복하고 시간과 공간을 넘는 관념의 세계란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다”며 “앞으로의 시간_세상을 바라보는 눈, 관조하는 마음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번 전시작품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작가가 이렇게 세상과 마주하는 특별한 시선은 그간 민예총, 민미협 회원으로서 대학시절부터 작가 개인의 삶보다는 함께 나아가는 삶에 더 주목을 했던 이력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2002년 3회 개인전을 마치고 10여년의 시간동안 잠시 그림과 멀어졌던 시간도 있었지만, 2013년 4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시 질주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하였으며, 광주시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 민미협 회장으로 오월 기념전 등을 기획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정태
2019.10.18 ~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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