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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연(僾然)_운우지정(雲雨之情)

그림으로 세상의 다양한 이면과 삶의 감정들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임남진 작가의 8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예술공간 집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열리며 <애연(僾然)_운우지정(雲雨之情)>이란 전시로 ‘춘화’의 색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춘화’는 작가가 지난 2013년부터 마음에 염두에 두었던 소재이다. 당시 서울의 갤러리현대 두가헌에서 ‘옛가람의 삶과 풍류 - 조선시대 춘화展’을 보고 언젠가 춘화도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화집으로 접하며 눈에 익숙한 그림들 사이에서 정작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 안에 담긴 ‘글’이었다. 조선후기 이옥(李鈺. 1760~1812)가 쓴 남녀풍속에 관한 글로, ‘참(眞) 그대로의 정(情)’(그물을 찢어버린 어부(이옥전집李鈺全集2권) 中)이다. ‘대저 천지만물에 대한 관찰은 사람을 관찰하는 것 보다 더 큰 것이 없고, 사람에 대한 관찰은 정(情)을 살펴보는 것보다 더 묘한 것이 없고, 정에 대한 관찰은 남녀의 정을 살펴보는 것보다 더 진실 된 것이 없다... 이 세상이 있으매 이 몸이 있고, 이 몸이 있으매 이 일이 있고, 이 일이 있으매 곧 이 정이 있다... 천지만물에 대한 관찰도 이 남녀의 정에서 살펴보는 것 보다 더 진실한 것이 없다.’라는 내용이다. 이 글귀가 작가의 마음에 진하게 남았다. 2,30대에 접한 게 아니었기에 또 다른 진한 잔상이 남게 된 것이다. 계속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을 올 한해 깊은 고민의 시간을 거쳐 그림으로 옮겨냈다. 전시제목도 <애연(僾然)_운우지정(雲雨之情)>으로 남녀간의 사랑이되 어렴풋한 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형상화려 애썼다. 단지 육체적 사랑만이 아닌 그 안에 담긴 감정들에 주목하며 작가만의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임남진 작가는 지난해 전시에도 기존 해왔던 작품을 탈피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용기가 발현된 개인전을 진행했었다. 시간이 흐르며 세상과 마주하는 시선, 감정들이 달라짐에 스스로의 작품에도 과감히 용기를 내어 변화를 추구했었다. 단지 작품의 그림의 소재가 변한 것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고 변화하는 마음들이 그림 안으로 스며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작가는 그간 품었던 사유의 실타래를 풀어놓았다. 그간 많은 사람들과 교우하면서 ‘시절인연(時節因緣)’이란 불가 용어를 떠올렸다. 모든 사물의 현상이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뜻으로, 세상에 태어나 반복되는 시절(時節)과 인연(因緣), 한 인생에 머물다가는 수많은 사람들, 소중한 인연들을 보지 못하고 뒤늦게 발견하거나, 친하게 교우한 지인들과 멀어진다는 의미이다. 그 모두 시절인연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것임을 새삼 되새기게 된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관점으로 춘화를 재해석했다. 외적 형상으로 본 춘화가 아닌 마음을 담아낸 춘화인 것이다.

임남진 작가는 “사람도, 사랑도, 젊음과 아름다움도 오래 머물러주는 것이 아니며, 변하는 것이 이치이다. “봄(春)을 지나온 마음의 형상을 춘화형식을 빌어 ‘몸에 대한 사랑과 자연의 이치’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전시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임남진
2019.11.8 ~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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