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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밀도>

고보경, 김설아, 김전욱, 백아란, 신민석, 이치헌
2023. 12. 7 ~ 12.21

가장 온전한 자연의 재료들이 빚어낸 아름다운 공예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예술공간 집>과 <위드아워핸즈(With Our Hands)>가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인 <온전한 밀도>展이다. 고보경(섬유), 김설아(현대미술), 김전욱(목공예), 백아란(섬유), 신민석(목공예), 이치헌(도자) 작가 총 6의 작가가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의 고유한 가치와, 기물이 가진 쓸모의 가치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로 작은 찻잔에서부터 달항아리, 거대한 의자 등 공예와 순수미술의 다양한 장르 작품 50여 점이 전시된다. 하나 하나의 작품이 가진 멋스러움은 1967년생 한옥집인 예술공간집이라는 공간과 만나 더욱 깊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인 <온전한 밀도>의 의미처럼 가장 온전하다 할 수 있는 자연으로부터 출발한 재료들로부터 비롯된 작품들이 한데 모였다. 흙으로 빚은 도자기, 연필로 그린 드로잉, 종이와 실로 만든 섬유 예술, 나무로부터 빚은 가구들 등 자연의 일부는 작가의 손과 마음을 거쳐 작품이 되었다. 서로 다른 형식의 작품들이지만 출발 지점은 자연이라는 온전함이다. 이로부터 비롯된 작품들은 원형질을 벗어가며 또 다른 밀도를 꽉 채웠다. 태우고, 깎고, 굽고, 칠하고, 그리고, 꿰매는 등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다시 온전한 작품으로 재탄생되었다.

고보경 작가는 한 가닥의 실로부터 시작된 부드러운 조각을 만들어낸다. 한 가닥의 가느다란 실과 바늘이 맺은 촘촘한 연결고리는 끝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가느다란 실들은 촘촘히 공기와 빛을 함께 머금고 면을 만들어 낸다. 실제 기물(병, 그릇 등)을 감싸며 만들어 낸 섬세한 실과 바늘의 행적은 원래의 기물이 가진 물성을 벗어나 또 다른 조형으로 작품에 담긴 긴 시간과 고단한 손길을 따뜻하게 보듬어 내었다. 김설아 작가는 이번 전시에 드로잉 작품과 프린트 에디션 작품을 선보인다. 그간 작가가 보여준 다양한 작품들의 근원 지점에 자리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인 것들의 움직임, 혹은 소리를 탐색하여 언어화할 수 없는 작은 목소리를 지닌 대상을 환유적 상상력으로 소환하고자 한다. 김설아 작가의 의도처럼 섬세한 선들이 자아낸 형상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미지의 생명체와도 같이 인식된다. 지리산 구례의 자연 아래에서 목기와 가구를 만드는 김전욱 작가는 ‘나무’를 주재료로 다양한 것들을 만든다. ‘거믄목기’로 불리는 목기들은 통나무를 깎아 다듬고 불에 태우고, 토종 벌집에서 추출한 밀랍을 큰 용기에 넣어 함꼐 끓여내는 삼투압 방식으로 제작했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사찰의 목공예 기술인 ‘밀랍 담금’기법으로 전통 기법을 계승하여 만들어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구유, 제주 함지박 등을 재가공한 의자 등 ‘거믄목기’외에 다양한 형상의 의자들을 선보인다. 나무의 결과 형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백아란 작가는 광주에서의 전시는 처음으로 그간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뉴욕 도나 카란 콜렉션, 랄프 로렌 등 다수의 패션하우스에서 니트 디자이너로 근무하였고, 우고 론디노네와 빅토리아 바트렛의 공동 퍼포먼스 소재 니트작품 제작, 톰 브라운의 니트샘플 제작 등 패션 현장에서 활약을 선보였던 작가다. 섬유라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따뜻함과 유연함을 ‘이어짐’, ‘엮어짐’의 형상으로 이미지화하며 작품들을 빗대어 인간의 삶을 슬며시 보여준다. 신민석 작가는 목공예를 기본으로 하는 가구디자이너로 어릴 적 향수로부터 기인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생활 소품이나 도구들을 장난감 삼아 놀던 기억들이 모티브가 되어 많은 이들과 기억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스툴을 보여준다. 단단한 나무의 결과 아름다운 색들은 한옥집의 나무들과 더욱 깊은 어우러짐을 선사한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이치헌 작가의 달항아리들은 전시장 바닥에 놓여 더욱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무한 변주되는 백색의 달항아리와 기물들은 전시장 벽면과 테이블 위에서 한데 어우러지며 자연을 닮고자 한 작가의 손길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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