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비움의 기억
최 석
2020. 5. 26 ~ 6. 4
자작나무를 소재로 비움의 미학을 탐구하는 작가 최 석 교수의 개인전이 예술공간집에서 열린다. 5.26~6.4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다.
최 석 작가는 전남대학교 예술대학에서 디자인학과 교수로 그간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200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금번 전시는 일곱 번째 개인전이다. ‘자작나무’를 소재로 생성과 소멸, 존재의 근원적 의미를 찾아가는 그림들을 꾸준히 그려왔다. 소재는 자작나무이지만 작가가 본질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실체에 관한 끝없는 물음이다. 어쩌면 이 물음은 비단 작가 자신에게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시간의 흔적울 품은 자작나무 작업은 최 석 작가에게 관념적 대상으로 다가왔다. 세월의 묵은 과업을 짙게 안은 나무의 하얀 색은 그저 하얀 빛이 아니었다. 태생적 본능에 의해 눈부시게 하얀 빛을 가지지만 그 안에는 선명한 무채색의 생채기가 오롯이 베였다. 욕망의 비움과 어둠의 기억을 안고 길게 뻗어 하늘을 향해 열어젖힌 나무의 형은 단순한 나무가 아닌 하나의 인지된 존재로서 작가에게 깊게 다가왔다. 자작나무는 작가에게 특별한 존재였던 것이다. 자작나무가 가진 하얀 빛은 작가 자신이었으며, 우리들을 대변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무채색의 자아를 품고 있지만 다양한 각자의 색을 품고 다양한 삶의 형태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처럼 섞여지면 무채색이지만 제각기 다양한 색을 품어내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은 그림들인 것이다.
너무 많은 색과 물질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가는 자작나무를 통해 무수한 질문을 던진다. 최 석 작가는 “자작나무처럼 비움으로 하늘을 향하고 다시 풍요로워지는 지혜의 순환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자연이라는 아주 일상적이고 늘 곁에 존재하는 사소한 모든 것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 그리고 그 안에서 특별함을 찾아가는 작가의 눈은 우리들에게 자연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흔하디흔한 모습일지라도 그 일상적 모습은 매순간 특별함을 품고 우리 곁에 존재함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한다.
작가는 “화면 가득 메운 자작나무의 화려한 색채 속 감춰진 굳건한 하얀 빛이 지금의 우리들을 둘러싼 모든 세계를 더 강인하게 이끌고 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시의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