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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예술공간 집 기획초대 윤상하 [산책하는 그림자]

2026 예술공간 집 기획초대 윤상하 [산책하는 그림자]

📍전시
2026.07.23.목 - 08.12.수
10:00-18:00 일, 월 휴관

우리는 누구나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순간을 경험한다. 잠에서 막 깨어난 아침, 꿈속의 장면이 현실보다 더 선명하게 남아 있기도 하고, 오래전 잊었다고 생각한 기억이 아무 이유 없이 오늘을 찾아오기도 한다. 현실과 꿈은 서로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하나의 장면 안에서 뒤섞이며 익숙했던 것들을 낯선 풍경으로 바꿔 놓는다.
윤상하 작가는 그 경계에서 마주한 풍경을 그린다. 검은 숲과 끝없이 이어지는 토끼굴, 길을 잃은 양과 부서진 인형, 그리고 어린 시절 익숙했던 캐릭터들은 더 이상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다. 폐허와 숲을 떠도는 존재들은 현실에서 미처 마주하지 못했던 기억과 감정의 형상이 되어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다. 꿈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현실이 끝내 품어내지 못한 감정들이 머무는 또 하나의 세계가 된다.

《산책하는 그림자》는 그 세계를 따라 걷는 하나의 여정이다. 그림자는 빛이 있을 때 비로소 생겨난다. 우리의 불안과 상처, 희망과 기대 또한 삶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함께 걷는 감정들이다. 화면 속 폐허는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너진 풍경 위에서도 길을 잃지 않은 존재들은 저마다의 방향을 찾아 걷고, 그 여정은 다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어둡고 낯선 화면 속에는 끝내 사라지지 않는 아름다움과 작은 빛이 조용히 머물러 있다.
이번 전시는 꿈을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품고 살아가는 기억의 숲과 무너진 풍경을 천천히 걸어보는 시간에 가깝다. 그림 앞에 선 우리는 어느새 누군가의 꿈을 바라보는 관람자가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따라 걷는 산책자가 된다. 그 길 위에서 현실과 꿈의 경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오래 잊고 있던 감정들이 다시 말을 걸어오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풍경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산책하는 그림자》가 각자의 마음속에 오래 머물러 있던 풍경을 다시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 산책 끝에서 만나는 그림자는 길을 잃은 존재가 아니라, 오래도록 자신이 닿아야 할 풍경을 향해 걸어온 또 하나의 자신일지도 모른다.

2026. 7.
예술공간 집 큐레이터 류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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