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抽象풍경 - 刑象 너머의 세계

김익모
2020. 6. 9 ~ 6. 18

자연을 모티브로 추상(抽象)풍경을 그려온 김익모 작가(조선대 교수)의 개인전이 예술공간집에서 열린다. 6.9~6.18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와 지난해 그려온 근작 20여 점이 전시된다. 26번의 개인전과 300여회 국내외 단체전에 참가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작가의 변함없는 모티브는 ‘자연’이다. 그간 판화와 회화를 주로 해오며 재료나 기법은 달라도 작품의 근간은 항상 자연풍경이였다. 눈앞에 보이는 자연 풍경을 그대로 옮기기 보다는 자연을 마주한 심상을 색채와 형태로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이다. 이는 자연물에서 차용한 추상 이미지를 자신만의 언어로 다시 재구성하고 조형미를 더하여 제작된다. 그렇기에 언뜻 추상적 풍경은 상징의 세계 같지만 ‘직관의 세계’에 가까운 형태로 그려진다. ‘형상 너머의 무엇’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물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수많은 가치들’을 회화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장자>나 <채근담>을 즐겨 읽으며 욕망에 집착하지 않고, 속세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며 고아한 경지에 뜻을 두되 외로운 생각에 빠지지 않는 삶을 실천해오며 작품에 임하고 있다. 이는 작가 자신의 삶의 태도가 생활 안에 머물지 않고 그림 안으로 녹아들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홀로 작업실 안에서 자연에 대한 명상에 몰입하는 시간동안 작품에 대한 영감과 자신만의 그림철학은 서서히 완성되며 그림의 형상과 색을 규정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2020년 신작에서는 디지털 화면에 오류가 생간 것과 같은 초점 흐린 색채의 군집이 펼쳐진다. 언뜻 카메라의 핀이 잘못 맞춰진 상태를 연상하게 하는 이러한 회화적 표현은 작가가 자연을 바라보며 느꼈던 무언의 외침을 다양하게 표현해낸 것이다. 자연에 대한 순수한 인식은 형상 너머의 세계를 표현하며 관람자들을 자연스레 집중하게 만든다. 숲의 색, 바람 소리, 새 소리, 나무의 색, 꽃의 색 등 오감을 자극하는 이미지들은 다분히 추상적이지만 자연의 또 다른 무한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갤러리 아트 14 박은지 대표는 전시서문에서 “우리는 그의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 원초의 생명력 앞에서 원기(元氣)를 느낄 수 있다. 더 이상 그의 캔버스에서 난해한 부호를 해석하는 것이 필요치 않다. 생명 그 자체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른 것이다. 예술 작품이 예술가를 떠나 독립적으로 자가 발언을 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할 수 있다면 그의 캔버스 앞에서 한없이 행복해져도 되는 것은 아닐까”라며 작가의 그림 속 무한한 자연의 생명력을 해석했다.
그림을 가득 메운 자연의 색과 형상들, 추상으로 재창조된 형상들은 분명 눈앞에 보이는 자연의 이미지를 넘어 자연이 가진 근원적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한다. 이는 시각예술인 그림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신록이 푸르른 이 계절에 감동을 더욱 배가시킨다.
김익모 작가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 미술과를 졸업했으며, 뉴욕주립대학교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현대조형미디어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싱가폴 아트페어, 모스크바비엔날레 특별전, 이스탄불 코리아 아트쇼, 국제현대미술제, 광주시립미술관 개관기념전 등 국내외의 굵직한 전시들에 참여하며 판화와 회화 모두 왕성한 작품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런던대영박물관, 호암미술관, 예술의 전당, 광주시립미술관, 광주가정법원 우크라이나 앙데팡당 현대미술센터 등 국내외 주요 장소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현대작가에뽀끄회, 한국현대판화가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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