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덕展
강현덕
2020.09.22 - 2020.09.28
“작품 속의 작품”
‘한국화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작품은 출발했다. 문인화를 ‘재해석’하고, 기존 회화에 ‘액자식 구성방식’을 접목했다. 액자식 구성방식은 소설이나 드라마의 대표적 구성방식이다.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액자처럼 들어 있는 것이다. 즉 외부 이야기 속에 내부 이야기가 들어 있는 형태로 외부 이야기가 일종의 액자의 역할을 하고, 내부 이야기는 사건의 중심으로 자리한다. 이러한 형식은 외부 이야기의 구술자가 내부 이야기를 끌어오고 전달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신빙성을 더해주는 기능을 하며, 중심이 되는 이야기 외에 또 다른 서술자의 시점을 배치한다. 이야기는 더욱 다각적으로 두드러지며 전개된다는 이점이 있다. 소설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양식으로 민담과 설화에서도 구술자가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이런 형식을 취한 경우를 확인해볼 수 있다. 오늘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쓰이고 있다.
이번 전시 ‘작품 속의 작품’은 액자식 구성방법이 아이디어가 되어 현대 회화 속 사군자의 재해석을 담았다. 사군자, 조총도 등 전통그림들을 현대회화의 방식으로 그려낸 것이다. 유학 이후 몇 년간 해외에서 문인화 수업을 하게 되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 수업을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몇 년을 해오던 수업을 하지 않으면서 전통 그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수업을 못하게 되니 도리어 작품의 대상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드로잉, 설치, 회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해왔기에 사군자와 같은 전통 그림들을 어떻게 새롭게 표현해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현 시대 인간으로 인한 환경오염, 새로운 변종 생물, 변종 질병 등의 문제 등 다양한 지점의 고민들이 자연스레 작품에 스며들었다. 잘려진 잎들, 부서지는 빙하 등 언뜻 보면 그대로이지만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가는 자연을 보며 환경에 대한 문제는 우리 시대 더 필수불가결의 과제가 되었다. 기존 작품들에서 다뤄졌던 환경의식의 지점 또한 작품 속의 작품으로 투여되었다. 인간과 자연의 연결고리처럼 작품 속 이야기들은 서로의 연결지점을 새롭게 만들고 다시 여러 갈래로 파생시킨다.
2020. 9. 강현덕 작가노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