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傳神

후산 정재석
2020.12.11 ~ 12.21

2020 예술공간집 추천작가전
傳神 - 후산 정재석展

붓이 지나간 곳엔 생기가 넘친다. 분명 글씨이건만 글자의 의미보다도 그 자체로의 힘이 가득이다. 의미를 잘 모를지언정 그 흔적만은 생생하게 붓을 쥐고 있었을 손의 힘이 바로 이전의 순간처럼 느껴진다. 시간의 묵은 때가 겹겹이 쌓여갈수록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이 새삼스레 하나 둘 눈과 마음을 움직임을 알 수 있다. 묵은 시간은 보이는 너머의 것들을 볼 수 있는 힘을 건넨다. 긴 시간을 버텨온 때문일까, 현대 시각예술의 화려함 속 자극에 무뎌진 것일까. 도리어 우리 전통의 예술에 대한 참 멋을 진정하게 바라보는 기회가 흔치 않았었다.
유례없는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2020년, 우리사회는 우리만의 강점을 다시 조망했다. 예술공간집에서도 우리의 예술에 다시 주목해보길 권하는 의미로 서예작가의 추천작가전을 개최한다. 서예가 후산 정재석의 작품들은 ‘書’의 세계를 다시금 주목하게 한다. 전통에 대한 고집스런 연구도 현대적 변용에 대한 열린 마음도 함께 볼 수 있는 작품들에서 서예의 옛 멋과 새 멋이 함께 비춰진다. 단순히 하나의 글자만이 아닌 한 획으로 시작된 글이 품어가는 자연과 세상 만물의 이치를 다시금 보라한다. 의미를 몰라도 화면을 유영하는 자유로운 조형의 조화는 書가 가진 무한한 힘을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먹과 종이, 그리고 이를 써내려간 한 인간의 곧은 정신을 담은 書의 세계, 결코 현대의 시각예술과 견주어도 흔들리지 않을 굳고 너른 세계를 펼쳐낸다.
올해 추천작가전은 지역 미술계의 순수미술에 편중된 전시흐름 속 다양한 장르와 작가를 소개하고자 하는 취지를 높여 ‘서예’의 다시 바라보기를 권한다. 시각예술의 많은 분야에서 다시금 새로이 서예를 바라보고 서로 융합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전시를 위해 기꺼이 몰입의 시간으로 들어가셨던 후산 정재석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2020 예술공간 집 문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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