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
이관수
2021. 11.2 ~ 11.11
일상의 풍경에 스민 색과 감정의 지층을 독자적 표현으로 보여주는 이관수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예술공간 집에서 11.2~11.11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오래된 시간>이다. 전시 제목처럼 작품 제목도 모두 일관되게 <오래된 시간>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모두 2021년 신작으로 작품세계 변화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엿볼 수 있다. 화폭 위 검정색을 쌓아올리고 그 위에 다시 검정과 흰색, 다시 회색빛 톤이 주조로 완성된 그림은 오래된 시간처럼 마음에 묵힌 풍경으로 되살아났다. <배와 바다>, <운주사>, <눈발 날리는 현대의 자화상> 등으로 나눠볼 수 있는 작품들은 오래된 시간 속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기억들을 하나하나 소환시켜낸다.
보성 바다와 그 위에 놓인 배를 그린 작품들에서는 ‘생(生)’을 이야기한다. 접안(椄岸)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묘한 동질감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떠나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배와 만선으로 돌아온 배, 우리들의 이야기와도 같은 배의 상황들에서 작가는 자신만의 항해를 그림 속에 투여했다. <운주사> 작품들은 과거 민초들의 혁명이 숨쉬는 장소의 풍경을 새로이 해석한 것이다. 운주사 석불 두 분이 멀리 바람부는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또 온통 먹빛인 탑 속에 앉아 있는 석불이 곧 일어나 개벽천지를 이룰 것도 같다. 전운이 감도는 하늘과 검은 석탑 앞 오층탑 등 운주사의 창건설화를 바탕으로 작가가 살아온 삶의 시간과 동시대 우리 모두에게 오래된 시간이 된 오월의 마음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눈발 가득 날리는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 그림들은 현시대의 자화상을 대변한다. 거친 눈바람 속 창을 뚫고 새어 나오는 붉은 불빛엔 작가의 시선이 콕 박혀있다. 첫눈이 내리고 온 세상이 흰 이불을 덮은 듯 어지럽혀진 생을 포근히 감싼다. 예술문화연구회 범현이 대표는 전시글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가릴 수는 없지만 하얀 눈이 내린다는 것만으로도 현재와는 다른 세상, 다음의 세상을 기약하고 꿈꿀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한다. 조그만 창마다 노란 등이 켜지고, 노란 불빛을 어깨동무하며 스산하고 막막한 동시대를 건너갈 수 있다. 이것이 작가가 가진 작업의 힘이다.”며 “작품 전체를 덮고 있는 무채색의 검정은 결국 가장 화려한 색의 향연이다. 모든 색을 안아야만 완성되는 검정. 작가는 이 검은 먹빛에서 노란색을 다시 환원해냈다. 이번 전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래된 시간 속 결코 머물지 않는 생이지만, 그 안에서 희망을 찾고 따스한 온기를 찾아가는 현재의 우리들을 반추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