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가 마음>
오혜경
2022. 7.11 ~ 7.20
조각을 전공한 오혜경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흙을 구워 만든 테라코타 작품과 알루미늄 부조와 기타 재료들을 혼용하여 만든 우리네 일상의 모습들이 가득이다.
차들이 꽉막힌 길은 <밥데렐라의 퇴근길>로, 어릴 적 누구나 생각해봤을 것 같은 시험 전날의 말도 안되는 상상은 <시험 전날 아들의 기도>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 늘어나는 뱃살 타파를 위해 쇼파에 발을 걸치고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사람은 <확찐자>, 일상의 버거움을 내뱉는 듯 쇼파에 몸을 뉘인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일요일 가족 모두 한자리에 모여 티비를 보는 <개나리아파트 105동 1003호>가 되었다. 정신없이 사는 일상 속 잊어버린 기념일을 생각하며 그래도 거울을 보고 화장을 고치고 예쁘게 꾸미는 자신을 대변하는 <기념일>은 마스카라를 하는 순간, 립스틱을 바르는 순간들로 표현되었다. 드라마를 보며 눈물 흘린 자신의 모습은 <흑,,,>으로, 하늘로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만든 <바램>까지 작가의 일상 속 모든 순간들이 작품이 되었다. 슬프고 기쁜 순간, 그리운 순간, 애절하고 한탄스런 모든 순간들은 고스란히 작품에 베었다. 전시장 한 벽을 가득 메운 <길몽(복숭아)>에는 작가의 바람도 담겼다. 길몽을 상징하는 과일처럼 복숭아와 함께 담긴 이야기들은 현실의 복된 날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바람과도 같다.
이처럼 작가는 일상 속 무수한 감정의 단면들을 하나하나 흙으로 만들어갔다. 거대한 시대의 가치관이나 묵직한 주제라기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을 그대로 작품에 담아냈다. 작가이자 엄마, 아내로 살아가며 느껴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들이다. 그렇기에 작품과 마주하며 웃음이 나고, 아련하며 위트와 정감 넘치는 작가의 해석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전시에 앞서 오혜경 작가는 “항상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일상에 일어난 소소한 일들을 메모하고 스케치하며 혼자 상상하고 흙을 주물거렸다. 전시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다 나와 닮아 있고 또 우리 모두를 대변하기도 한다.”며 “작품 속 이야기들을 공감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위로와 즐거움, 행복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근래 미디어와 매체가 다변화되는 현대미술 속 조각을 전공했던 작가의 손맛 나는 작품들 덕분이다. 흙으로 조형하고 구워내는 테라코타 작품, 알루미늄 판을 직접 부식하고 요철을 만들어 드로잉하듯 만들어 낸 부조 등 작가의 손길과 시간의 공력이 쏟아부어진 작품들이다. 다양한 매체로 대변하듯 만들기보다 손으로 직접 빚은 작품들이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