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세계를 만들어보지 않겠나>
임수범
2022. 11.4 ~ 11.13
나무와 해파리, 고대 유물인 토기, 풀숲과 분화구 등 여러 이미지들이 중첩되고 혼재하며 거대한 화면을 가득 메웠다. 보자마자 흥미와 의문을 품게하며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만드는 그림들로 관객과 첫 만남을 준비한 청년작가 임수범의 개인전이 열린다.
<나와 세계를 만들어보지 않겠나>라는 제목처럼 그간 캔버스 위에 자신만의 세계를 일군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임수범 작가는 “길어야 100년 남짓 살아가는 인간으로, 무한한 시간 속에서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 땅에서 무엇을 찾아가 어떻게 떠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이번 전시 작품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주 안에 지구라는 세계, 그 안의 인간의 존재는 너무도 미약한 작은 존재이다. 또 인간이 우주 안에서 인지하는 물질 또한 책 5%밖에 되질 않는다고 한다. 알 수 없는 무언가로 가득 찬 불확실한 세계는 작가에게 또 다른 상상의 공간이 되었다.
현재 자신이 마주한 도시의 온갖 이미지들과 하루하루 쏟아져나오는 기사 들 속 수집된 이미지, 또 오래된 토기와 같은 과거 유물까지 다양하게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화면안에 버무리며 시공간이 혼재된 작가만의 독특한 풍경이 완성된다. 이는 현재를 살아가지만 늘 불안정한 우리의 삶처럼 중심부와 주변부가 구분되지 않고 끝없이 펼쳐지는 화면구성으로 나타난다.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하고 작품에만 매진했던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위해 120호 5개가 연결된 600호 대작을 꾸준히 그렸다. 작가의 상상 속 무한히 펼쳐진 세계는 화면 안에 빼곡하게 들어찼다. 불확실한 세계이지만 청년작가의 밝고 유쾌한 상상력 덕분인지 생기발랄한 화면 안에서 관람객들은 또 다른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작가 또한 불확실한 세계 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이어가는 인간의 긍정적 마음을 이야기한다.
임수범 작가는 “거대한 세계와 무한한 시간 앞에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지만 사방으로 펼쳐져 가는, 그리고 매일매일 변화하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세계를 조금씩, 또 끊임없이 넓혀가 보고자 하는 것이다.”며,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가 불규칙하게 섞여 들어간 캔버스 위에서 다른 누군가의 새로운 서사가 생겨나고, 또 덧붙여질 것이라 믿는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서사를 읽어 가고, 공유하며 더욱더 넓고 불안정하지만 동시에 견고한 세계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전시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전시는 임수범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600호 가량의 대작과 더불어 변형된 캔버스로 제작한 작품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청년작가의 패기발랄한 즐거운 사유를 함께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