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eom Lim 임수범
B.1997 | Korea
인간의 시각과 역사, 경계 바깥으로서의 골렘
『요괴 백과』 라는 책에서 보게 된 ‘골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골렘은 흔히 진흙 덩어리로 만든 인조인간으로 묘사되며, 히브리어로 ‘일정한 형식이나 모양이 없는 물질’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책 『탈무드』 에서는 랍비들이 지구상의 모든 곳에서 긁어 모은 흙먼지 덩어리로 인조인간을 창조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듯 진흙, 먼지와 같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물질로 만들어진 골렘이 생명을 부여 받고, 움직이게 된다는 큰 틀을 가진 설화가 존재한다.
이런 이야기 안에서 골렘(진흙, 모래, 나무 등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물질로 만들어진 존재)은 항상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명을 받아야 움직이는 존재로 묘사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그러나 골렘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말 그대로의 자연 기원적 물질로서, 인간이 그를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움직이게 ‘하기 이전, 그것이 자체로서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들었다. 따라서 인위적 힘이 가해지기 이전부터 이미 생명/유기체인 ‘골렘’을 더 큰 의미에서의 ‘자연’에 대입해본다면, ‘자연’은 수많은 생명을 품고 생동하게 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힘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로 비춰진다. 흔히 서양적 자연관이란 자연을 개척하고, 정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반면 동양적 자연관은 대자연과의 조화와 화합을 이루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과연 ‘자연’을 우리와 화합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가?
가까운 사례로 유네스코 세계지질 공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무등산을 들어보고자 한다. 무등산권에 있는 생물들은 크게 ‘자생종’과 ‘외래종’으로 분류되며, 이들을 나누는 기준은 특정 공간과 시간 속에 ‘자생해왔다고 판단되는’ 생물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은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수많은 변화들을 맞이했다. 화산활동이 산과 강을 만들고, 풍화작용에 의해 산이 깎이고, 무너지며 지금의 산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긴 세월 속에 고정된 분류로서의 자생종이란 존재할까? 분명 고정된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이상을 좇아 그 산을 복원하고, 자생종을 보호하고, 좋은 경관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그럴싸한 이유로 무고한 것들을 희생시켜 왔다.
만약 우리가 그들을 인위적인 힘을 통해 ‘미화’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자생적 의미로서의 생명력을 내재하고 있는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이런 이야기를 위해 나는 ‘골렘’을 경계 바깥의 존재이자, ‘자연 : 인간‘ ‘무생물 : 생물’ 등의 이항론적 인식을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존재로 삼아보고자 한다.
학력
2022 전북대학교 미술학과 서양화전공 학사
개인전
2024 그건 아마 가장 작은 세상일지 몰라, 상업화랑, 서울, 한국
2023 탐험가 S, 너는 값진 거짓말을 보았어, 상업화랑, 서울, 한국
2022 나와 세계를 만들어 보지 않겠나, 예술공간 집, 광주, 한국
단체전
2024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광주파빌리온<무등: 고요한 긴장>, 광주시립미술관, 광주, 한국
2024 마이크로 아토포스, 띠오 갤러리, 서울, 한국
2024 무등예찬 다시보기, 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 광주, 한국
2024 착륙지점,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서울, 한국
2023 무등예찬: 산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호랑가시나무 글라스폴리곤 및 베이스폴리곤, 광주, 한국
2023 어쩌면 우리가 보지 않았던 것들,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한국
2023 점핑 래빗, 신세계갤러리, 광주, 한국
2022 붕괴하는 세계들을 끌어 안기, DDF, 광주, 한국
2022 우진 신예 작가 초대전, 우진문화공간, 전주, 한국
2021 샘을 위한 셈, 광주 비평소생 프로젝트 이-음, 산수싸리, 광주, 한국
2020 전주독립예술제, 서노송예술촌, 전주, 한국
레지던시
2022 광주시립미술관 청년예술인지원센터, 한국
소장
2024 아라리오뮤지엄
2022 광주시립미술관